팽목항, 200일의 기억[한겨레 2014.11.3]
지난달 31일 전남 진도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썰렁한 팽목항(진도항)은 외로이 거센 바람과 맞서고 있었다. 다만 우산을 받쳐든 시민 너댓명이 노란 리본을 새긴 붉은색 등대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몸을 가누기조차 버거울 정도의 바람은 1일에도 이어졌다. 오전 8시께, 실종자 아홉 분의 빠른 귀환을 기원하는 아침 예불이 천막 법당에서 시작됐다. 목탁과 독경 소리가 바람을 뚫고 부두를 감쌌다. 단원고 2학년 8반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200일이 되니까, 날씨며 바람이 꼭 4월16일과 똑같다. 그날도 오늘처럼 거세게 바람이 불더니,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점심 무렵 빗발이 잦아들었다. 때맞춰 항구 주차장으로 버스가 들어왔다.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 (시민상주모임)회원 280여명이 관광버스 5대에 나눠타고 팽목항을 찾았다. 오전부터 하나둘씩 모여든 시민들까지 어우러지면서, 팽목항이 이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시민상주모임이 참사 200일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추모문화제의 주제는 ‘기억에 새기다’였다.
9명은 아직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